- 북한 억류됐던 김동철 목사 NYT 인터뷰
- 노동교화소서 단백질 보충 위해 벌레 먹기도
- 북한은 가장 통제 강력한 독재·노예 시스템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5월 풀려난 미주 한인 김동철(65) 목사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체포에 얽힌 전후 사정과 강제노역 생활, 그리고 고문 등 억류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앞서 일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정보당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이미 밝혔던 김 목사는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북한 인사 6명이 처형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김동철씨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미군 부대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권유로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와 목사가 됐다.
이후 2000년 중국동포인 아내를 만나 선교를 하러 중국으로 떠났다. 북한 고위인사와 친척 관계였던 아내의 인맥을 이용해 2002년 나선지구 거주 허가를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북한에서는 외국인 투자유치가 한창이었다. 김 목사는 280만 달러의 전 재산을 털어 5층짜리 외국인 전용 ‘두만강 호텔’을 건설해 문을 열었다. 연간 호텔 수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0만달러를 북한 정부에 냈다.
김 목사는 북한에서 사업을 하며 한국과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한미 정보기관이 자신에게 접근, 스파이 활동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보기관으로부터 손목시계에 장착된 카메라와 도청 장치, 활동자금 등을 건네받았으며, 그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수집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북한 내 자신의 정보원들에게 돈을 주고, 북한의 핵 과학자나 무기시설에서 종사하는 북한 관리들과의 접촉을 위해 군 엘리트들에 대한 접근을 지렛대로 삼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북한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이 같은 정권이 지구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의아해지면서 더 혼란스럽고 궁금해졌다”면서 “북한에 대해 더 많이 알아내 정보기관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2015년 10월 북한 함경북도 나선에서 체포돼 약 31개월간 억류 생활을 했다. 북한은 그에게 간첩과 체제전복 혐의를 적용해 2016년 4월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했다. 그는 북한에서 체포된 후 자신에 협력했던 북한 인사 6명이 처형됐다면서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체포된 후 7개월간 나선과 평양의 안전가옥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는 북한 조사요원들이 자신의 두 손을 뒤로 묶고 무릎을 꿇린 뒤 머리를 욕조 물속에 집어넣는 물고문을 했으며, 이 때문에 두 차례나 기절했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받은 후 눈을 가린 채 평양 외곽의 강제노역소로 끌려갔다면서 ‘수인번호 429(번)’를 달고 1주일에 6일,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역을 했다고 설명했다. 북측 관리 요원들이 겨울에는 언 땅을 파게 한 뒤 다시 묻게 했다고 말했다.
북측이 제공한 식사는 현미와 발효된 콩 수프, 세 조각의 무 피클로 변함이 없었다면서 자신이 베리류나 식물 뿌리, 단백질 보충을 위해 심지어 유충을 먹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여러 차례 극단적인 선택도 생각했다면서 8명의 북한 무장 경관들이 하루 24시간 교대로 자신을 밀착 감시해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할 “장소가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손가락이 구부러지고 만성적인 허리 통증 등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첫 미북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5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때 역시 미주 한인인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 씨 등과 함께 석방돼 폼페이오 장관과 같이 미국으로 귀환했다.
자신을 태운 비행기가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안착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기내에 올라 귀환을 환영했고, 김 목사는 자신이 석방될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애증의 나라”라면서 “북한은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통제가 강력한 독재, 노예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6월 서울에서 자신의 억류 생활 등을 담은 ‘경계인’(Border Rider)를 출간했으며, 영어와 일본어판도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