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던 ‘다사다난’
해가 바뀔 때 쓰이는 사자성어 중 대표적인 말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는 의미를 지닌 ‘다사다난’만큼 2019년 달라스 한인사회를 비유하기에 적합한 단어도 없다.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이 한인기업을 쓰나미처럼 덮쳤고, 달라스 한인사회가 미주 한인사회 분열과 반목의 한가운데에 놓이기도 했다. 달라스 한인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해였지만 한인회 공익사업은 위태로운 양상을 보였고, 이 와중에 좌절될뻔 했던 코리안 페스티벌은 또 한번의 기적 같은 역사를 만들어냈다.
10대 뉴스로 2019년 달라스 한인사회를 뒤돌아본다.
<최윤주 기자>
6. 불법논란 미주총연, 달라스 총회서 폭력사태

지난 8년간 분규와 소송으로 점철돼 온 미주한인회 총연합회가 ‘불법선거, 금품선거’ 논란으로 또다시 미주 한인사회를 부끄럽게 한 가운데, 지난 5월 달라스에서 열린 박균희 회장 총회 인준과정에서 ‘폭행’까지 더해져 전례없는 진흙탕 싸움을 연출했다.
폭력사태는 5월 18일 달라스 옴니호텔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벌어졌다. 선거결과보고를 하던 유진철 선관위원장이 참석한 회원들에게 회장 인준을 당부하던 순간, 이강일(27대 킬린한인회장) 회장이 진행발언을 신청하면서 장내에는 고함이 이어지고 경찰이 무대 앞까지 등장하는 등 일대 소란에 휩싸였다.
3분 30초간 호소문을 낭독한 이강일 회장은 미주총연 관계자들과 경찰에 의해 강제퇴장 조치됐고, 폭행은 이강일 회장이 회의장을 빠져나오기 전 행사장 안에서 발생했다. 이강일 회장은 이날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갑작스런 폭행으로 목 상태가 악화돼 경찰에게 엠블란스를 요청, 파머스 브랜치 메디칼 시티 응급병원으로 후송돼 긴급치료를 받은 후 당일 퇴원했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미국 전역의 한인회 회장 및 회장단 출신의 인사들로 구성된 연합체로, 250만 미주한인을 대표하는 조직을 표방한다.
전국 조직을 지향하는 연합체이지만 지난 8년간 선거때마다 분란과 갈등이 터져 나오면서 법정 소송이 끊이지 않아, 한국 정부로부터도 ‘문제단체’로 낙인찍혀 세계한인회장대회에도 초청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 상태다.
7. 역대 기록 갈아치운 2019 코리안 페스티벌

달라스 한인사회 최대 행사인 코리안 페스티벌이 또 한 번 기적같은 역사를 썼다. 지난해 2018 코리안 페스티벌 개최 이후 붙여진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는 또 다시 과거가 됐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오전부터 몰려든 인파. 캐롤튼 경찰 추산 10만명을 돌파한 지난해와 비교해 월등히 많은 인원이 몰려든 2019 코리안 페스티벌은 명실상부 북텍사스 최대 인파, 최고 규모의 축제를 입증했다.
특히 올해는 캐롤튼의 공식적인 협력으로 한인 커뮤니티 행사에 주류사회 시정부가 참여하는 새로운 역사를 썼고, 대한민국 외교부 장재복 공공외교대사가 직접 참가해 코리안 페스티벌의 살아있는 영향력을 한국 정부가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관객 대부분은 한인이 아닌 외국인이었다. 인종과 문화를 초월해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며 한국음식과 전통문화, K-POP을 만끽한 ‘문화축제’였다는 점에서 극찬이 쏟아졌다.
화려한 개막식이 펼쳐진 후 무대 위에서는 8개 한인 동호회가 참가한 현대문화공연, 전통혼례·줄타기·모내기·길쌈놀이·태권도·사물놀이·한국무용·민요 등을 선보인 전통문화공연, 지역 커버댄스팀과 DJ 플래시 핑거, 한국 아이돌 그룹 스누퍼와 네온펀치 콘서트가 총출동한 K-POP 공연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며 축제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8. 달라스까지 덮친 색깔논쟁, 삼일절 행사 방해도

일명 ‘태극기 집회’로 불리는 보수집회가 달라스에 처음 등장한 건 2019년 1월. 달라스 한인타운 인근 식당에서 첫 ‘태극기 집회’를 연 텍사스 애국동지회는 급속한 남북관계 진전을 ‘공산화 단계’로 정의하며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질서가 붕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인사회에 정치적 색깔논쟁을 불러온 이들의 행보는 독립열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추모하는 삼일절 100주년 기념식을 방해하는 행패로까지 번져 텍사스 한인사회의 우려를 낳았다.
휴스턴 한인언론보도와 당일 기념식 참석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달라스에서 온 텍사스 애국동지회’ 회원들의 휴스턴 3.1절 기념식 방해는 주휴스턴총영사관 김형길 총영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할 때 촉발됐다. 급기야 휴스턴 3·1절 기념식 행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김형길 총영사의 ‘대통령 기념사 대독’ 연설이 시작되고 연설문구 중 ‘빨갱이’라는 용어가 나오자 텍사스 애국동지회 김영복 회장이 갑자기 “역사를 왜곡하지 말아라! 빨갱이가 왜 나오냐?”라고 소리치면서 잠잠했던 행사장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코리아월드)
“낭독되는 순간 달라스에서 행사에 참석한 텍사스애국동지회 김영복 회장과 원관혁 사무총장 외 4명이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는 피켓을 들고 행사진행을 방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코리안 저널)
달라스 한인들이 휴스턴 한인회와 휴스턴 총영사관이 주최한 행사를 방해한 것은 텍사스 한인 이민 역사상 유례없는 초유의 사건으로, 이 소식을 접한 휴스턴과 달라스 한인사회는 이 사태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9. 후보 불출마 한인회, 유석찬 체제로 재출항

제37대 달라스 한인회장에 유석찬 전임회장이 추대됐다. 입후보자 미등록으로 11월 9일 선관위가 해체된 후 사흘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결과다. 달라스 한인회 역사상 가장 많은 업적과 리더십을 발휘한 유석찬 회장의 재취임으로 자칫 항로를 잃을 수 있었던 달라스 한인사회가 전화위복의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제34대와 제35대 달라스 한인회장을 지낸 유석찬 회장은 임기중 달라스 코리안 페스티벌을 미주 한인사회 최대 축제로 만들어낸 것은 물론, 차세대 육성을 위한 장학사업, 정치력 신장을 위한 풀뿌리 컨퍼런스, 200회를 육박하는 지역행사 축사 등 한인사회 성장과 화합을 위해 질주해왔다.
지난 9월 1일부터 제19기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달라스 협의회장 임기를 시작한 유석찬 회장은 2020년부터 2년간 달라스 한인회장을 겸직하게 된다.
10. 달라스 한인회, 50년 역사의 해

1969년 2월 23일 고 호원규 회장을 제1대 한인회장으로 추대하며 역사적 첫 걸음을 내딛은 달라스 한인회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달라스 한인회는 2019년을 시작하는 첫 사업으로 달라스 한인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1월 12일, 2005년 미국 연방정부가 선포한 ‘미주 한인의 날’ 기념식을 겸해 치러진 달라스 한인회 50주년 기념행사에는 200명에 달하는 한인들이 참석, 이민선조들의 개척적인 삶과 한미 우호증진의 성과를 축하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전임회장인 유석찬 회장을 비롯하여 △제10대 김필립 한인회장 △제15대 주용 한인회장 △제16대 김래응 한인회장 △제19·20대 장덕환 한인회장 △제23대 박찬일 한인회장 △제25·26대 오용운 한인회장 △제28대 김윤원 한인회장 △제31대 박순아 한인회장 등 역대 한인회장들이 참석해 달라스 한인사회 발전사를 되돌아보고, 한민족의 자긍심을 공감하는 의미있는 자리가 됐다.
이날 기념식에서 달라스 한인회는 어려운 이민 환경 속에서도 한인사회 단결과 화합은 물론 한국인의 위상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노력해 온 역대 달라스 한인회장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