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던 ‘다사다난’
해가 바뀔 때 쓰이는 사자성어 중 대표적인 말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는 의미를 지닌 ‘다사다난’만큼 2019년 달라스 한인사회를 비유하기에 적합한 단어도 없다.
<최윤주 기자>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이 한인기업을 쓰나미처럼 덮쳤고, 달라스 한인사회가 미주 한인사회 분열과 반목의 한가운데에 놓이기도 했다. 달라스 한인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해였지만 한인회 공익사업은 위태로운 양상을 보였고, 이 와중에 좌절될뻔 했던 코리안 페스티벌은 또 한번의 기적 같은 역사를 만들어냈다.
10대 뉴스로 2019년 달라스 한인사회를 뒤돌아본다.

1. 번복에 또 번복, 난항 거듭한 공익사업
올해 제자리를 잃고 난항을 거듭한 공익사업은 두가지, ‘달라스 코리안 페스티벌’과 ‘텍사스 레인저스 한국문화의 밤(Korean Heritage Night)’이었다.
박명희 회장을 필두로 한 한인회 임원진은 5월 6일 임원회에서 코리안 페스티벌과 텍사스 레인저스 한국문화의 밤 미개최를 확정했다. 문제는 ‘재정’이었다. 이후 5월 21일 한인회 회장단은 기자회견을 자처, 한인사회 일각에서 제기된 ‘개최 당위성’을 부정하며 “코리안 페스티벌 미개최, 번복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조짐은 1월부터 예견됐다. 행사 규모와 지출 계획을 감안할 때 섣불리 개최를 장담하기 어려운 사안이라, 2019년 한인회 예산 및 사업계획을 의결하는 신년 이사회(1월 4일)에서도 이들 행사는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번복은 없다”던 코리안 페스티벌은 두달만에 번복됐다. 사장될뻔한 한인사회 대표 문화컨텐츠 ‘코리안 페스티벌을 구해낸 건 한인사회 발전재단(Korean American Development Foundation. 이하 KADF). 달라스 한인회 34대·35대를 연임한 유석찬 직전 회장을 중심으로 결성된 KADF는 재정기반이 열악한 한인사회를 지원하고 성장발전의 지렛대 역할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안타깝게도 ‘2019 텍사스 레인저스 한국문화의 밤’은 달라스 한인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 공익성을 상실한 채 모 언론의 이벤트 사업으로 치러져, 한인사회 논란거리가 됐다. ‘2020 텍사스 레인저스 한국문화의 밤’은 다시 제 자리를 찾아 달라스 한인회 공익사업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2. 한인 중견기업, 이민단속 ‘급습’, 10년래 최대규모 수사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단속이 시행됐던 2019년, 달라스 한인기업도 수사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 국토안보조사부(HSI)와 연방이민단속국(ICE)이 CVE 테크놀러지 그룹을 급습한 건 4월 3일. 이 날 달라스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대기업 CVE 테크놀러지 그룹(CVE Technology Group)에 이민 세관단속국(ICE)이 급습, 280여명의 직원들을 체포하는 대대적인 검거 작업이 펼쳐져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무려 200명이 넘는 수사관이 투입된 이 단속은 지난 10년간 단일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민단속 중 최대규모였다. 단속은 국토안보조사부와 연방이민단속국, 연방검찰 텍사스 동부지법이 합동으로 진행했다. 합동 단속을 총괄한 국토안보조사부는 CVE 테크놀로지가 허위서류를 이용해 불법 체류자들을 채용하고 있다는 제보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단속반은 CVE 테크놀로지 건물 뒷편에 4대의 대형버스를 대기시킨 후 건물 안으로 진입해 직원들의 체류신분을 확인, 합법적으로 고용된 직원에게는 초록색 밴드를, 체류신분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불법체류가 의심된 직원에게는 노란색 밴드를 채워 체포 대상자를 구별했다.
한편 ICE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최종분기인 10월에서 12월까지 달라스에서는 총 4111명이 체포돼 달라스에서 체포된 이민자수가 미 전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3. 한인운영 호텔, 마약거래 온상 ‘영구 폐쇄’

지난 3월 7일, 달라스 한인타운 인근지역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호텔이 ‘마약유통의 온상지’라는 오명 속에 영구폐쇄됐다. 사건을 접한 한인들은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길호텔은 ‘마약의 온상지’와 다름없었다. 연방당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길호텔은 마약과 폭력, 불법총기와 매춘이 판을 친 장소”였다. 특히 체포된 호텔 소유주 문수영(미국명 Mun, S Amos) 씨는 한길호텔을 마약 은신처로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자료에 따르면 문수영 씨와 아내 문미차(Micha Moon) 씨는 함께 호텔을 운영했다. 이들은 호텔 내에서 마약이 유통되는 것을 묵과한 것은 물론, 감시카메라와 핍홀(Peepholes. 도어용 초소형 카메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경찰 검문을 미리 알려주는 등 마약 딜러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왔다.
한길호텔에서는 폐쇄 전 8개월동안 마약관련 사건 외에도 2건의 총격사건과 3명이 사망하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1월에는 한길호텔 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여러 발의 총상을 입은 채 발견돼 병원 후송 후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 곳에서 숨진 여성의 시신을 한 달 뒤까지 수습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당시 시신은 호텔 근처 숲에서 발견됐지만, 관계자들은 여성이 호텔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4. 적발 끊이지 않은 한인 비윤리사업

한인이 운영하는 성매매 업소는 지속적인 경찰단속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고 있어 한인사회 비윤리 사업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6월과 7월, 10월 등 달라스 한인타운 인근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성매매 업소들의 단속 소식은 끊이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10월 30일 불법 마사지 업소 및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변 씨와 이 씨 등 한인 3명을 비롯해 6명이 검거됐다.
한인 사업체들이 밀집한 달라스 한인타운 인근 지역은 30여년 전만 해도 홍등가로 유명했던 지역이다. 현재 식당과 미장원, 한의원, 일반 오피스들이 들어선 건물 조차 수십년 전에는 성매매 업소, 성인용품 판매점, 스트립 클럽이었던 곳이 허다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달라스 경찰국의 결연한 의지로 퇴폐업소에 철퇴를 가하며 오늘에 이르렀지만, 한인타운 중심가에서 1-2마일만 외곽으로 빠지면 여전히 윤락업소가 암암리에 운영되는 게 현실이다.
달라스 한인사회는 심심치않게 들려오는 한인 불법 매매춘 업소 운영에 낙담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인 김수관 씨는 “몇 달에 한번씩 철퇴를 맞으면서도 단속이 집중되는 그 때만 반짝 수그러들 뿐 불법 마사지 팔러와 매춘업소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서 “불법 마사지 팔러는 한인사회의 고질적인 퇴폐사업”이라고 말했다.
5. 달라스 한인타운 토네이도 습격 ‘EF 3규모’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10월 20일 하룻밤 사이 텍사스 전역에서 발생한 토네이도는 무려 9 개로 확인됐다. 이날 발생한 9개의 토네이도 중 달라스 한인타운을 습격한 토네이도가 가장 파괴적이었다.
달라스 한인타운이 인접한 I-35와 Walnut hill에서 처음 발견된 이 토네이도는 I-635 남쪽에서 동쪽방향으로 이동하며 16마일에 달하는 광범위한 지역을 황폐화시켰다.
달라스 소방국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286개의 구조물이 큰 피해를 입었으며, 104개 건물은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방서 2곳과 도서관 5곳 등 13개 시 소유 시설도 피해가 보고된 것으로 당국은 확인했다. 교통시설도 피해를 입어 달라스 관내 40개 신호등은 전면 교체, 20개 신호등은 수리가 불가피했다.
달라스 시당국은 300명에 달하는 인원이 토네이도로 큰 피해를 입었으며 500명에 육박하는 시민들이 경미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총 15.75마일에서 위력을 과시한 이 토네이도는 EF-3규모로 확인됐고 바람은 140mph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