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희생자를 낸 해피데이 총격 살해사건은 자칫 더 큰 참사로 번질 수 있었다.
참사를 막은 주인공은 사건 현장에서 총격범 조완벽 씨를 제합한 정성근 씨와 그를 도운 김종수 씨다. 달라스 경찰과 주류 언론은 참사를 막은 용기있는 한인들을 ‘영웅’이라 칭했다.
3일(월) 저녁 카페 해피데이 한인 업주 강희정(53세. 영어명 Chong Sun Wargny) 씨를 총격 살해한 조완벽(62. 영어명 Wan Cho) 씨는 업소를 들어오자마자 소리쳤다.
“나, 한 대만 쳐봐. 한 대만 쳐주라. 이 잡것들아”
이미 한 차례 소란을 피우고 사라졌던 터라 어쩌면 그가 부리는 난동을 무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성근 씨만은 달랐다.
정성근 씨는 이날 바(Bar) 앞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조완벽 씨가 총을 쏜 자리에서 불과 3미터 내외의 가까운 위치였다.
총격이 가해진 장소는 실내 바(Bar) 안 쪽이었다. 손님들과 불과 서너발걸음 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거리. 흥분한 조 씨가 몸을 돌려 실내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으면 자칫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총을 든 조 씨를 제압한 건 정성근 씨였다. 업소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석연치 않았던 조 씨의 행동을 지켜보던 정성근 씨는 총소리가 나자 반사적으로 조 씨에게 달려들어 그를 제압했다.
사건 당일 정성근 씨와 함께 카페 해피데이를 찾은 조카 김종수 씨는 “땅! 땅! 땅! 하는 세 번의 총소리가 들린 후 실내에 있던 사람들은 황급히 밑으로 몸을 숙이거나 출입문을 향해 도망쳤다. 그런데 삼촌은 반대로 총 소리가 난 곳으로 뛰어 들어갔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총소리가 난 쪽으로 돌진하는 정성근 씨를 보고 놀라 주춤한 사이 또다시 (Bar) 안쪽에서 땅! 땅! 하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삼촌이 총에 맞았나보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종수야!”라며 황급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정성근 씨의 목소리를 들었다. 생각할 새도 없이 바 안쪽으로 달려 들었다. 눈 앞에서 정성근 씨가 몸부림치는 조완벽 씨를 제압하고 있었다.
정성근 씨의 반사적 행동은 사건 발생 20여분 전 조완벽 씨가 한 말 때문이었다.
“내가 다시 오면 다 죽여버릴거야.”
이날 정성근 씨와 김종수 씨가 조완벽 씨를 처음 마주한 건 9시쯤이었다.
조 씨는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술을 달라고 고함을 치고, 소란을 부리며, 욕을 내뿜었다. 이런 조완벽 씨를 달래서 밖으로 나간 사람이 정성근 씨다. 정성근 씨와 조 씨는 오래 전부터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정성근 씨는 코리아타임즈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조 씨를 달래 ‘남의 영업장에서 이러면 안된다’며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흥분한 조 씨는 자리를 떠나면서 ‘내가 다시 오면 다 죽여버릴꺼야’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20-30분 후 조완벽 씨가 카페 문을 열고 다시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선 조 씨는 실내에 대고 마치 시비를 걸듯 “나, 한 대만 쳐봐. 한 대만 쳐주라. 이 잡것들아”라며 험한 말을 내뱉었다. 김종수 씨는 “다시 들어온 조 씨의 억양이나 말투가 그 전에 비해 뭔가 달라져 있었다”고 회고했다.
조 씨의 거침없는 걸음은 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바로 총성이 울렸다. 땅. 땅. 땅.
세 발의 총성이 울리자 정성근 씨는 곧바로 조 씨에게 달려들었다. 조 씨가 또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실내에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목숨을 건 사투였다. 몸싸움 끝에 총격범을 제압했지만 이 과정에서 정성근 씨는 이마가 찢어지고 손가락 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두번째 총소리를 듣고 재빨리 정성근 씨에게 달려온 김종수 씨는 문제의 총부터 찾았다. 총이 조 씨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총은 사건 현장에 함께 있던 조 씨 부인이 가지고 있었다. 김종수 씨는 총을 받아 탄창을 뺀 후 정성근 씨와 자리를 바꿔 경찰이 올 때까지 조 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를 눌렀다.
그 사이 정성근 씨는 피를 흘리며 앉아 있는 강희정 씨를 상태를 확인했다. 총격범은 앉아 있는 강희정 씨를 조준 사격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 총상을 입은 강희정 씨가 깨어날 수 있도록 이름을 불렀지만 강 씨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달라스 경찰은 사건 보고서에 “조 씨가 자신을 붙잡은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기도 했지만,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그들은 조 씨를 붙잡고 있었다”고 적었고, 폭스뉴스(FOX NEWS)는 사건기사에 “이들은 영웅(heroes)”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달라스 경찰과 주류언론이 ‘영웅(heroes)’이라 칭한 이들은 바로 정성근-김종수 씨였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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