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주 기자 = 코리아타임즈 미디어]
광활한 땅을 자랑하는 미국의 도로망은 매우 방대하다. 길 이름도 스트리트(Street), 에비뉴(Avenue), 로드(Road), 드라이브(Drive), 플레이스(Place), 파크웨이(Parkway), 써클(Circle) 등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미국의 도로 시스템은 교통의 효율성을 위해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중구만방인 듯한 이 길 이름 안에 규칙과 체계가 있다. 도로명이나 고속도로, 주소에 담겨진 번호 체계는 지역 주민 뿐 아니라 방문객들에게도 중요한 정보 제공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 도로명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길을 찾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국 도로 이름 속 ‘숨은 규칙’
미국에서 도로 이름은 단순한 구분이 아니라 도로의 방향이나 구조를 암시한다.
스트리트(St)과 에비뉴(Ave)는 방향을 암시하는 대표적인 이름이다. 스트리스(St)는 주로 동서방향으로 뻗는 직선도로를 의미하고, 에비뉴(Ave)는 남북방향으로 이어진 주요 도로에 붙여진다.
동쪽 플라워마운드(Flower Mound)에서 서쪽 루이스빌(Lewisville)까지 이어지는 Main St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특히 오래된 도시 지역의 경우 예외가 흔하다.
예를 들면, 달라스 다운타운의 Main St은 남북방향으로 뻗어 있고, 그랩바인에 있는 Main St 역시 남북방향이다.
초기 개발 지역에서는 동서남북을 기초로 한 현대적 격자(Grid) 계획보다 하천이나 철도 등 지형과 교통 편의성이 우선시 되었기 때문에 도로 방향과 명칭이 일관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면 20세기 이후 개발된 도시에서는 격자형 구획과 규칙적인 도로명 체계가 훨씬 엄격하게 적용된다.
로드(Road. Rd)는 도시 외곽이나 교외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에 주로 붙여진다. 방향은 자유롭다. Belt Line Rd, Skillman Rd 등이 대표적이다.
레인(Lane. Ln)은 주로 주택이나 소규모 상가가 위치한 도로에 붙여진 이름이고, 드라이브(Drive. Dr)와 써클(Circle)은 지형을 따라가는 길 이름으로 주거지역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블루버드(Boulevard. Blvd)는 대부분 중앙 분리대가 있는 넓은 대로로 상업지역이나 주거지를 관통하는 길 이름이다.
길 이름 앞에 동서남북을 뜻하는 N(North), S(South), E East), W(West)라는 약어가 붙기도 한다. 대부분 ‘시청’이나 ‘다운타운(Downtown)’ 중심지를 기준으로 동서남북을 가른다.
예를 들어 달라스의 경우 달라스 시청을 기준으로 남북(N/S)과 동서(E/W) 방향을 나누지만, 시카고(Chicago)는 State St와 Madison St 교차지점,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는 1st Street와 Main Street를 기준으로 방향을 나눈다.
주소 번지수에 담긴 ‘숨은 규칙’
한국과 달리 미국 주소는 숫자가 먼저 나온다. 한국주소로 치면 ‘번지수’에 해당한다. 11500 N Stemmons Fwy(달라스 한인회)나 14001 Dallas Pkwy(달라스 출장소)와 같은 방식이다.
이 숫자에도 법칙이 존재한다.
동서(East-West)로 뻗은 길에서는 남쪽에 있는 집의 숫자가 홀수, 북쪽에 있는 집의 번지수가 짝수다.
남북(South-North) 도로에서는 서쪽에 있는 집이 홀수, 동쪽에 있는 집이 짝수다.
예를 들어 달라스 다운타운에 있는 Main St(남북방향 도로)에서 도로 서쪽에 있는 건물은 101 Main St 처럼 홀수로 시작하고, 도로 동쪽에 있는 건물 주소는 102 Main St이 된다.
이 규칙 덕분에 주소만 보고도 어느 방향에 집이 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어 우편 배달, 응급 출동, 방문 서비스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된다.
고속도로 이름 속 ‘숨은 규칙’
텍사스 거주민이라면 I-35, I-45, I-20, I-30 등의 주요 도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들 도로는 비단 텍사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동서로, 남북으로, 여러 주를 관통한다. 이런 고속도로를 가리켜 Interstate highway라고 한다.
주(State)를 넘나들며 미 대륙을 관통하는 주간 고속도로(Interstate Highway)에도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을 잘 이해하면 고속도로 번호만 봐도 방향을 유추할 수 있다.
주간 고속도로(Interstate Highway)의 규칙은 두 가지다.
첫번째 규칙은 도로방향이다. 동서 방향의 주간고속도로(Interstate Highway)엔 짝수가 붙고, 남북 방향은 홀수로 되어 있다.
두번째 규칙은 시작지점이다. 주간고속도로에 명명된 숫자는 남쪽과 서쪽에서 시작한다. 숫자가 적을 수록 남쪽과 서쪽, 숫자가 높아질수록 북쪽과 동쪽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짝수를 가진 I-20와 I-30 고속도로는 DFW를 동서방향으로 가로지른다. 숫자는 남쪽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I-30보다 I-20가 남쪽에 위치한다. I-20보다 더 남쪽엔 중부 텍사스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I-10 고속도로가 있다.
미 대륙의 가장 남쪽지역에서 동서로 관통하는 I-10고속도로는 미 대륙의 남서쪽에 자리한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Santa Monica)에서 시작해 남동부에 위치한 플로리다주 잭슨빌(Jacksonville)까지 이어진다.
I-20 고속도로는 텍사스 남부 켄트(Kent) 근교에서 미 대륙 남동부에 위치한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플로렌스(Florence)까지 연결되고, 미국 주간도로 중 가장 짧은 길이를 가진 I-30 고속도로는 포트워스(Fort Worth) 인근에서 시작해 아칸소주 노스리틀락(North Little Rock)까지 이어진다.
미대륙의 남북을 잇는 대동맥, I-35
DFW 주민들에게 가장 익숙한 주간 고속도로는 I-35다. 달라스와 캐롤튼, 루이스빌과 덴튼 등으로 이어지며 한인타운 및 한인 밀집 거주지역과도 가까워 한인들의 주 생활권을 품은 도로이기도 하다.
I-35는 멕시코 국경인근에서 시작해 캐나다 국경 인근까지 이어져 미 대륙의 남과 북을 잇는 대동맥이다.
멕시코 국경지역인 텍사스주 라레도(Laredo)에서 시작한 I-35는 어스틴(Austin) – 달라스(Dallas) – 포트워스(Fort Worth) – 오클라호마시티(Oklahoma City) – 캔자스 시티(Kansas City)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미네소타주 덜루스(Duluth) 북부에서 끝난다.
총 1,569마일의 길이로 미국 고속도로 중에서도 10위권 안에 드는 대규모 루트다.
특히 달라스-포트워스 지역에서는 I-35E(달라스방면)와 I-35W(포트워스 방면)으로 갈라지고, 미네소타주에서도 I-35E(세인트폴 방면)과 I-35W(미니애폴리스)로 갈라져 거대한 메트로 지역의 교통량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킨다. 이는 미국의 주간고속도로 중 유일하다.
미국생활에서 도로명과 하이웨이 번호를 이해하는 것이 단순한 길찾기를 넘어 생활과 경제활동의 필수 지식이 된다. 특히 텍사스와 같이 광활한 지역에서는 도로 체계에 대한 이해가 생활 편의성과 직결된다.
미국의 광활한 대지 위에 쌓아올린 체계적인 도로망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촘촘하게 이어주는 숨은 인프라이자 현대 도시 문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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