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명단 공개, 분란의 불씨
남문기 후보측, “선관위가 정회원 명단 거부”
선관위 “후보 등록 및 공탁금 접수하면 제공”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가 오는 5월 신임 총회장 선거를 앞두고 ‘정상화’의 기로에 섰다.
그동안 수년째 총회장 선거 때마나 분란과 갈등이 터져 나오면서 당사자들간 소송전이 이어져왔던 미주총연은 이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문제 단체’로 낙인찍혀 한국 정부로부터 공인된 단체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지원금까지 중단된 상황에서 이번에 치러지는 총회장 선거를 통해 정상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인사회에서는 미주총연이 더 이상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아예 존재 목적과 체질을 개선해 미국 내 각 지역 한인회 출신 일부 인사들의 힘겨루기 및 감투싸움의 도구가 아닌 실질적인 한인 권익단체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주총연은 지난 2011년 총회장 선거 당시부터 분란이 이어져왔다.
당시 유진철 후보와 김재권 후보가 선거를 둘러싸고 내분을 벌이면서 법적 소송전이 장기화되며 한국 정부로부터 분규 단체로 지정되는 등 내홍을 겪어왔다.
이후 이정순 총회장 당시에도 분규가 가시지 않다가 지난해 박균희 회장과 김재권 회장이 공동회장 체제로 내분 봉합 시도를 해오다 김재권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사임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박균회 회장 체제로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는 5월 18일로 예정돼 있는 제28대 총회장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분란의 불씨가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출마를 선언한 남문기 전 회장 측이 선거관리위원회가 입후보 등록에 필요한 정회원 서명을 받기 위한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남 전 회장 측은 오는 29일 마감되는 이번 선거에 입후보를 위해서는 기본 서류 이외에 5만 달러의 공탁금과 대의원 60명의 추천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현 회장단이 정회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후보 등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 전 회장 측은 “미 전국적으로 대의원 60명의 추천서를 받는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닌데 현 회장단이 김재권 전 회장의 사임과 함께 재단에 제출한 200명의 정회원 명단 등 전체 정회원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현 회장단은 이미 전체 정회원 명단을 보유하고 있을텐데, 정회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현 회장단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남 전 회장이 주장하는 대의원 명단 비공개는 고의성이 있는 것이 아니고 후보가 공탁금을 납부할 경우에 명단을 공개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명단을 미리 공개할 경우 부정선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탁금을 접수함과 동시에 대의원 명단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며 “23대 회장을 역임한 남 전 회장측이 이미 상당수의 대의원 명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한인사회 관계자들은 만약 미주총연 총회장 선거가 이번에도 어떤 행태든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미주총연은 존립 기반을 모두 잃고 회복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상식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한 정상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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