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신더 씨, 아동권리보장원 도움 포천서 만나
“엄마가 태교를 잘해 줘 미국에 가서도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낳아주셔서 삶의 많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감사해요.”
미국 입양 한인 저스틴 신더(한국명 장상구) 씨가 32년 만에 친엄마를 만나 한 이야기다.
그는 최근 경기도 포천에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어머니 이모 씨와 상봉했다.
30일 모자(母子) 상봉을 옆에서 지켜본 아동권리보장원(구 중앙입양원) 관계자에 따르면, 친모는 아들을 보자마자 부둥켜안고는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고 연신 말했고, 아들은 그런 엄마의 등을 토닥여 줬다. 야속함보다는 고마운 마음이 담긴 것 같았다고 한다.
한참을 그러던 어머니는 이번에는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제야 “잘 자라줘 고맙고, 양부모께 감사한다”는 말을 전했다.
어머니 손을 잡고 있던 아들도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자개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아들은 지금 사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전통의상도 선물했다.
어머니 이 씨는 “내가 받을 면목이 없다”며 아들의 선물을 부담스러워했지만 이내 “고맙다”고 말하며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신더 씨는 어머니와 함께한 가족에게 챙겨온 사진들을 꺼내 보여줬다. ‘제가 이렇게 컸어요’라는 뜻으로 성장기 사진을 준비했다고 한다. 이 씨는 사진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누나들과 얼굴이 닮았느냐”며 눈시울을 붉히면서 긴 숨을 내쉬기도 했다고 한다.
신더 씨는 오는 11월쯤 모국을 다시 찾아 어머니와 여행을 하는 등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하고 짧은 상봉을 뒤로 한 채 인도네시아로 돌아갔다.
그의 입양 사연은 이렇다. 친모는 남편을 잃고 혼자 세 자매를 양육하면서 신더 씨의 아버지를 만났다. 아이를 뱄지만, 남편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아이를 더는 책임질 수 없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입양을 선택했다. 친모는 출산 직후에도 시장에 나가 허드렛일을 하면서 가족을 부양했다고 한다.
신더 씨는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에 입양됐다. 양아버지는 변호사로 일했고, 그도 부친의 영향을 받아 법대에 입학해 수석 졸업을 하고 변호사가 됐다. 하지만 그는 현재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변호사는 그만두고 컨설턴트 및 자문가로 활동한다.
그의 뿌리 찾기는 어릴 때부터 양부모의 영향으로 시작됐다. 양부모는 항상 친어머니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입양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말해줬다고 한다.
신더 씨는 2년 전 한국을 방문해 가족 찾기를 시도했다. 엄마와 같은 이름을 찾아 희망에 부푼 적도 있지만 다른 인물이어서 실망했고, 올해 다시 아동권리보장원에 친모 찾기 신청을 통해 꿈에도 그리던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