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가정상담소 태동을 위한 밑거름
70여명 참석, 뜨거운 관심 표명
달라스 포트워스 한인 여성 인권과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여성 지도자들이 하나로 뭉쳤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한인 여성들을 위한 ‘가정상담소’ 태동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7일(수) 진행된 세미나에는 70여명의 한인 여성들이 참석,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표명했다.
달라스 포트워스 한인사회에서 활동중인 5개 여성단체와 여성이 수장을 맡고 있는 3개 단체가 힘을 모아 마련한 이번 세미나는 가정상담의 필요성과 실제 운영사례를 고찰해보는 취지로 기획됐다.
세미나에는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한인상담소 성지연 명예이사장과 김새남 부소장이 직접 참석, 가정상담소 운영의 구체적 방안과 커뮤니티 차원의 가정상담소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해 DFW 한인사회에 꿈틀대는 ‘힐링 프로젝트’에 힘을 더했다.
올해로 25년째 뉴욕 가정상담소 봉사를 지속하고 있는 성지연 명예이사는 “가정폭력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고 범죄행위”라고 설명하며 “사회문제, 인권문제, 여성문제가 복합된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사회적 차원의 예방과 대처가 반드시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뉴욕가정상담소 김새남 부소장은 가정폭력이 지니는 ‘사이클’에 주목, 가정폭력의 대처와 예방을 장기적 안목에서 직시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웠다.
가정폭력의 형태와 패턴을 설명한 김 부소장은 “연애나 결혼 초기 가볍게 시작한 폭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사이클 속에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가정폭력은 대물림되는 성향을 보인다. 폭력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되거나, 폭력의 피해자가 되어도 반발하지 못하고 적응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무심코 가하는 사회적 2차 가해도 꼬집었다.
성지연 명예 이사장은 “가정폭력의 피해자는 철저하게 혼자다. 자신의 아픔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건 상처와 아픔이 극에 달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많은 한인들이 이런 피해자에게 ‘애들 봐서 참아라’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고 말한다. 이는 피해자를 폭력의 굴레로 다시 몰아넣는 2차 가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새남 부소장은 “미국 내에서 12초마다 한명꼴로 가정폭력이 일어난다. 여성이 입는 부상의 가장 큰 원인이 가정폭력이다. 자동차 사고, 강도, 강간을 합친 수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가정에서 폭행을 당한다”고 설명하는 한편 한인 여성들의 가정폭력 신고가 아시안 중에서도 가장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 참가자들은 가정폭력의 유형과 심각성을 살펴보는 동시에 커뮤니티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왜, 얼마나 중요한지를 공감하며 ‘가정상담소’ 태동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 했다.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가정폭력의 굴레에 갇혀 살면서도 언어장벽과 문화장벽이라는 2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소외된 한인 여성들을 위한 ‘가정상담소’가 향후 달라스 지역에 태동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