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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과 망언이 화제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후보의 막말이,
한국에서는 대통령 동생의 망언이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다.
미국은 요즘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선 부동산 갑부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로 뜨겁다.
‘언론은 트럼프에 중독됐다’는 어느 분석가의 말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그가 쏟아내는 막말이 뉴스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가 성폭행범과 마약사범 등
범죄를 일으키는 자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비롯해
존 매케인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비난하는 직격탄까지
그의 막말이 연일 워싱턴 정가를 뒤흔든다.
몇일 전에는 자신의 막말 어록에 여성비하를 추가시켰다.
폭스뉴스가 주최한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의 여성 앵커 메긴 켈리를 두고 한 발언이 문제다.
켈리의 매서운 질문에 제대로 응대하지 못했던 트럼프는
다음날 트위터에 “이번 토론회의 최대 패자는 켈리”라며 뒷끝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문제가 된 건 ‘피’ 발언.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켈리의 눈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다른 어딘가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인 켈리가 생리 때문에 자신에게 예민하게 굴었던 것이라는 비아냥 가득한 조롱이다.
도를 넘는 발언이 문제시 되자
“다른 어딘가는 코를 말한 것”이라는 변명을 늘어놨지만
그를 향한 비난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쯤되니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 대선 경선 참여는,
신이 (유머 감각을 갖춘) 민주당원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는
어느 선거분석가의 촌평에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의 막말에서는 정치적 계산이나 고려 따위를 찾아볼 수 없다.
허나 한국 대통령 동생인 박근령 씨의 망언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분하다.
박근령 씨는 최근 일본의 포털사이트인 니코니코와의 특별대담에서
일왕을 ‘천황폐하’라고 호칭하며 망언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냈다.
심지어 일본에게 종군 위안부와 관련한 사과를 계속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거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발하는 한국의 태도는 내정간섭이라고 했다.
덧붙여 박근혜 대통령도 자신과 생각이 같지만
대통령이란 지위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할 뿐이라고도 했다.
사실 일본의 식민지배와 관련한
박근령 씨의 역사관은 가문의 행보와 맥을 같이 한다.
박정희 정권 당시를 가리켜 ‘저희 아버지 정부’ ‘저의 아버지 시대’로 발언하는 박근령 씨의 역사관은
1965년 너무나 졸속이었던 한일협정으로
역사적인 범죄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차단하고
일본의 전행에 면죄부를 준 아버지의 행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박근령의 망언이 그닥 새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가 이 나라와 너무나 많이 얼키고 설켜 있다.
불법적인 한일병합에 면죄부를 준 아버지 대통령과,
광복 70주년이 되는 지금 일본의 식민지배에 사과를 촉구하는 딸 대통령,
그리고 ‘언니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며
친일행보를 이어가는 동생 박근령의 복잡미묘한 관계 속에도 한국의 근현대사가 녹아 있다.
시쳇말로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이다.
[코리아타임즈미디어] 최윤주 편집국장
choi@koreatimest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