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법 개정안 공청회…“개정안은 탁상행정” 한인사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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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국적법 개정안 온라인 공청회 개최

재외동포재단 정광일 이사 병역 넘어 인권문제

미주한인사회 현실 반영 안한 탁상행정분노

 

 

대한민국 법무부가 선천적 복수 국적자의 국적이탈문제를 다루는 국적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국민의견을 듣는 온라인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 26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영주권자 국내 출생 자녀 간이국적 취득제도’와 선천적 복수 국적자의 국적 이탈을 다룬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를 다뤘다.

특히 2020년 9월 24일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선천적 복수 국적자 구제방안으로 법무부가 내놓은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는 최대 피해자인 미주 한인 2세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무지한 미봉책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어 이번 공청회를 바라보는 미주 한인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한국시각으로 26일(수) 오후 2시부터 열린 공청회는 법무부 TV 유튜브 계정으로 생중계 됐다.

이날 법무부 송소영 국적과장이 설명한 입법 예고된 개정안에 따르면 국적이탈 신고를 제때 하지 못한 선천적 복수 국적자가 국적 포기를 원할 경우 재외공관을 통해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유’ 혹은 ‘중대한 불이익’을 증명해 법무부 장관에게 국적이탈을 신청하면 국적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한민국 국적 이탈 허가 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도’ 개정 내용.

 

전문가 패널, 예외적 국적이탈에 의견 제시

 

이날 열린 국적법 일부 개정법률안 온라인 공청회에는 △동국대 법과대학 김상겸 교수 △강성식 변호사 △재외동포재단 정광일 사업이사 △병무청 자원관리과 오재덕 과장 등의 패널이 참석해 선천적 복수 국적 제도에 관한 토론을 진행했다.

패널로 등장한 동국대 법과대학 김상겸 교수는 “병역 의무는 공정성과 형평성의 민감한 문제가 있다. 1-2명의 예외만 가지고 국적 이탈의 예외를 두는 것 자체가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말하면서도 “외국에 생활기반을 두고 대한민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한국 국적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개정 국적법에 출생신고와 관련한 구체적인 예외조항을 둔다면 병역 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개정안을 꼼꼼히 살피며 구체적인 수정안을 제시한 강성식 변호사는 “개정안에 명시된 ‘외국에서 출생하여 국내에 입국한 사실이 없을 것’이라는 조항은 ‘국내에 장기체류한 사실이 없고 한국에서 한국 국적을 행사한 사실이 없을 것’이라고 명시하는 게 개정 취지를 살리는 길”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주된 생활 근거가 외국에 있을 것’이라는 조항에는 “국내 체류기간이나 학업수행 여부, 경제활동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요건을 명시해야 하며, 예외적 국적이탈을 허용하는 범위는 ‘법과 제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짧은 기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무청 자원관리과 오재덕 과장은 “병역의무가 발생하는 18세 이후에 국적이탈을 허용한다면 본인의 유불리에 따라 국적을 선택하는 폐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복수 국적자의 국적이탈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처럼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인 판단으로 국적이탈을 허용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나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외동포재단 정광일 사업이사

 

재외동포재단 정광일 사업이사 병역법 넘어 미주 한인 2세의 인권문제

 

이날 공청회에서 재외 한인들의 입장을 가장 잘 반영한 발표자는 재외동포재단 정광일 사업이사다. 정광일 이사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를 두고 ‘땜질식 처방’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미주 한인사회의 입장을 대변했다.

현행 선천적 복수 국적법이 태생부터 ‘원정출산에 대한 징벌요소’가 포함돼 있다는데 주목한 정광일 이사는 “(미주 한인들은) 해외 이주자들을 잠재적 병역 기피집단으로 의심하는 분위기를 선천적 복수국적법에서 느낀다”며 “18세 되는 3월 31일까지 국적이탈 신고를 못 했을 때 20년이 지난 38살 때 국적을 정리할 기회를 준다는 한국의 선천적 복수 국적법은 국적법이나 병역법 문제를 넘어 인권법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이사는 선천적 복수 국적 문제점을 그대로 두고 국적이탈 신고기간만 연장하는 개정안의 한계와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정광일 이사는 “신설안으로 준비중인 개정안의 ‘국적이탈 허가요건’과 ‘요건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중대한 불이익’의 시기와 기준 또한 매우 애매해 선천적 복수 국적자들이 거주국에서 겪는 불이익을 구제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바라는 미주 한인 동포들의 답답한 입장을 대변했다.

정광일 이사는 “미주지역 동포들은 국적이탈 시기를 특별하게 연장하는 소극적인 조항 신설보다 더 큰 차원에서 징벌적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해외 이주자들의 거주국 정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국 정부의 통 큰 국적법 개정을 기대하고 있다”며 선천적 복수 국적법이 한인 2세들의 ‘족쇄’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미주 동포들의 바람을 전달했다.

 

미주 한인 법무부 개정안은 탁상행정의 전형

 

한편 미주 한인들은 이번 개정안이 선천적 복수 국적자에게 채운 족쇄는 그대로 둔 채 법 조항과 과정만 바꾼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청회에 참여한 일부 패널들 또한 선천적 복수 국적제도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간파하지 못하거나 이민사회의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일부 패널은 원정출산에 따른 선천적 복수 국적자를 대하는 기준으로 미주 한인 2세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병역기피 우려를 제기하며 ‘국적이탈 자유 제한’의 정당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각은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는 선천적 복수국적 제도의 부당함이 ‘국적이탈 시기’에 있는 게 아니라 ‘국적이탈 규제’ 자체에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중대한 오류를 안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가 이번 개정안에 분노하는 이유는 한인 2세들의 인권과 미래가 여전히 ‘국적법’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적법이나 새로 입법 예고한 개정안이나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인 2세들에게 족쇄가 되는 건 매 한가지다.

미주 한인들이 헌법재판소에 낸 소원은 대한민국 국적법이라는 족쇄가 미주 한인 2세들이 미국 땅에서 살아갈 권리를 빼앗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선천적 복수국적법’을 개정해 미국에서 태어나고 한인 2세가 대한민국 후손으로서 미국사회에 당당하게 진출해 자신의 역량과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국적’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법무부는 선천적 복수 국적자들의 족쇄를 풀어주기는커녕 ‘예외적 허가’라는 단계를 추가해 여전히 ‘국적법’ 안에 한인 2세들을 가두고 있다. 오작동 하는 고장난 기계의 근본적인 결함은 그대로 둔 채 기름칠을 다시 하고 나사 하나를 더 끼운 셈이다.

한국 국회는 2022년 9월 30일까지 현행 국적법을 개정해야 한다.

어렵게 돌아갈 필요가 없다.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 규제가 원정출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규제의 잣대를 한국에 거주하며 미국 시민권을 지닌 ‘얌체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겨냥하면 된다.

글로벌 시대의 미래로 성장하며 한민족의 자긍심을 키워가는 한인 2세들이 더 이상 ‘대한민국 국적법’에 묶여 날개가 꺾이지 않도록 미주 한인 동포들은 근본적인 국적법 개정을 애타게 촉구하고 있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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